잘못은 했지만 ‘구속’까지는 시키는 것은 너무 가혹
어느 오후 느즈막, 사무실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가 어떤 분의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사건의 요지는, 친한 친구가 경찰관을 심하게 때려서 체포되었고 구속영장까지 청구되었는데,
원래 담당하셨던 변호사님이 자신은 자신이 없으니 다른 변호사님을 찾아보라고 해서
급히 인터넷을 뒤지고 뒤지다가 저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녁 무렵, 체포된 A씨를 만나기 위해서 00경찰서 유치장으로 찾아갔습니다.
사건의 자초지정을 듣고, 이것 저것 묻고 답하며 한참동안 접견을 하였습니다.
A씨는 전과도 많고 경찰관이 심하게 다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까닭인지
대화하는 내내 고개를 떨구고 말에는 힘이 거의 없었습니다.
A씨는'내일 구속이 되면 자신의 사업도 곧 망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인생이 이제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하시면서 사건이 아닌 다른 걱정을 하고 계셨습니다.
“A씨 저를 보시죠.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저도 최선을 다할테니,
정신 똑바로 차리시고
내일 재판을 잘 준비해야 합니다.”
그제서야 A씨는 고개를 들며 자포자기의 마음에서 깨어난 듯 보였습니다.
늦은 저녁 사무실로 돌아와
법원에 제출할 '변호인 의견서'를 작성했습니다.
A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죄를 저지른 것은 맞지만, 구속까지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내용,
A씨가 불구속 수사를 받더라도 사업체를 포기하고 도망할 가능성은 거의 0에 수렴한다는 내용 등등..
A씨의 가족과 직원들의 탄원서, A씨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혼자 힘으로 사업을 성실하게 운영했던 자료들도 첨부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A씨의 어머니께 A씨가 재판때 입을 단정한 옷을 한 벌 가지고 경찰서로 가서
A씨의 옷을 갈아입게 하였습니다.
판사님이 보시는 30분~1시간에 A씨의 인생이 달려 있으니
충실한 변호인 의견서, 조리 있는 변론은 물론이고,
A씨의 복장까지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후 3시.
공손하면서 힘있는 변호사의 변론
나지막하면서도 싸늘한 판사님의 질문,
작고 떨리는 A씨의 답변
좁은 법정은 그렇게
한 사람 인생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응축시키면서
공간의 밀도를 높여갔습니다.
약 6시간 후,
A씨는 다행 법원에서 구속영장청구 "기각" 결정을 받고
경찰서 유치장에서 "석방"되었니다.
구속영장 청구 사건은
이렇게 '1박 2일'의 짧은 순간에
많은 것을 결정합니다.
오랫동안 많은 사건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접했지만
변호사가 되어서 만난 의뢰인이 ‘이제 인생이 끝났다’고 하시니
함께 어둠의 깊은 곳으로 떨어졌다가 나오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다행히, A씨는 사업을 무사히 계속 할 수 있게 되었고,
몇 달 후, 그 사건의 재판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구속 사건은 여러 가지 점들을 느끼게 해줍니다.
검사 때도, 변호사 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