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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짧은 법률 조문, 커지는 사회갈등

이동언 변호사 2025.02.16

말 짧은 법률 조문, 커지는 사회갈등

말이 짧으면 오해를 낳기 마련입니다.

싸울 때도 말이 짧아지면 본래 싸우던 이유는 뒤로 하고, 그 말을 두고 먼저 싸우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방이 내 말을 오해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를 피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건 아니고, 저건 아니고, 내 말의 본래 뜻은 이거고’ 하면서 말을 충분히 길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법률을 다루며 살다가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들다보니 우리나라 법률은 도무지 그런 '지혜'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 (직권남용)

‣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 (직무유기)

‣ 사람을 기망하여 ∼ (사기)

‣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 ∼ (배임)

법률에 있는 이 짧은 몇 개 단어를 가지고 직권남용, 직무유기, 사기, 배임의 죄에 해당하는지, 안 하는지 구별하는 것이 법 없이도 살아왔던 일반인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법이 있어서 이를 직업으로 삼고 살아왔던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다른 경우도 허다합니다.

같은 법률 조문을 두고도 이렇게도 해석되고 저렇게도 해석이 되니, 이해관계자들은 저마다 자기 쪽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법률 조문이 사회갈등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키우는 쪽으로 작용합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해서 법 없이도 살아왔던 ‘철수’와 ‘영희’가 함께 일을 하다가 다툼이 생겨서 그것이 ‘A죄’에 해당하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고 합시다.

두 사람이 함께 법률의 A죄의 조문을 찾아 읽어보니, 법률 조문만 읽어도 해당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있어서 더 이상 그 문제로는 가타부타 안 하게 되는 것이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프랑스, 독일, 우리나라는 ‘성문법’ 국가, 영국과 미국은 ‘판례법’ 국가라고 평가를 합니다.

언젠가 업무상 필요로 인터넷에서 미국의 법조문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미국의 법률 조문이 상당히 길고, 복잡한 내용으로 기술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번역하느라 힘들었습니다.^^)

나중에 미국에서 검사생활을 하셨던 분에게

‘판례법 국가인 미국에서도 법조문을 이렇게 자세히 규정해 놓은 것이 놀랍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전직 미국 검사님 말씀 :

“국가가 국민에게 무엇이 잘못된 행동인지 잘 알려주어야 하지 않나요?”

너무 당연하고도 당연한 말이지만, 그 말을 듣고 순간 멍해졌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짧은 몇 개의 단어로 된 형법 조문을 적용하면서, 우리나라가 ‘죄형법정주의’를 잘 구현하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요?

이제부터라도 ‘철수’와 ‘영희’가 다툼이 생겨도, 법률 조문만 읽으면 누구 말이 맞는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도록 법률 조문을 조금씩 더 길게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하나의 방법은,

말이 짧은 법률 조문에 현재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해석 문구를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위 조항에서 ‘직권’이란 ~~을 의미하고, ‘남용’이란 ~~을 의미한다.”

이렇게 법률 조문의 말이 길어지면, 우리 사회의 갈등도 조금은 줄어들지 을까 생각해 봅니다.